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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능소화의 특징

     여름날 동네를 거닐다 보면 하얀 가정집 담벼락 또는 주택의 기와 위로 매력적인 색을 뽐내는 꽃을 본 적이 있습니까? 주황빛의 탐스러운 꽃송이가 송알송알 수줍은 듯 옹기종기 모여 하늘을 향해 활짝 피어있는 이 꽃은 바로 능소화라는 꽃입니다. 저는 몇 해 전 담벼락 위로 핀 능소화를 보고 저도 모르게 카메라를 켜고 열 장이 넘는 꽃 사진을 찍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고즈넉한 기와와 새하얀 담벼락 위로 너무나도 아름답고 상큼하게 피어있는 능소화에 눈을 떼기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중국 장쑤성이 원산지인 능소화는 덩굴나무로 다른 물체에 붙어서 올라 자라며 그 길이가 대략 10m 까지도 길게 자라며 추위에 약해 우리나라에서는 남부지방에서 주로 심어 자라고 있습니다. 한여름에도 쨍한 주황색으로 그 매력을 널리 알리고 있는 능소화는 단순한 주황색 꽃이 아닙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황색 한 가지로 이뤄지지 않고 듬성듬성 빈티지 느낌이 드는 색이 조금 빠진 색감을 보여 주며 그 크기도 어린아이의 손바닥을 능가할 정도로 활짝 피며 꽃의 크기와 더불어 꽃가루 또한 다른 꽃들에 비해 상당한 편입니다. 줄기는 회갈색이며 가지에 흡착근이 잘 발달하여 다른 물체에도 쉽게 잘 부착하여 올라갈 수 있고, 잎은 하나의 잎자루에 7-9개의 작은 잎들이 서로 마주 보고 달려있고 가장자리는 톱니바퀴 모양입니다. 꽃은 양성화로 탐스러운 주황빛을 띄며 트럼펫 모양으로 한번 피기 시작하면 초가을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합니다. 능소화라는 뜻은 없신겨 김을 뜻하는 능, 하늘을 의미하는 소가 합쳐진 '하늘을 능가하는 꽃', 즉 하늘을 능가하고 업신여길 정도로 높이 자라는 꽃으로 장원급제를 한 사람의 화관에 꽃아 주는 어사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꽃의 자태가 고고하고 아름다워 양반들이 특히나 좋아하기 때문에 양반꽃, 금등화, 자위화 등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조선시대에는 평민들이 함부로 이 능소화를 심어 기르지도 못하게 하였습니다. 꽃의 자태뿐만 아니라 양반들이 능소화를 좋아했던 포인트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웬만한 비가 와도 절때 쓰러지지 않는 지조 있는 강인한 모습입니다. 초여름 비 한번 오면 허무하게 꽃잎이 다 흐트러지며 떨어지는 다른 꽃들과는 다르게 능소화는 활짝 핀 꽃송이 그대로 툭툭 떨어지면서도 의연하게 여름 내내 새로운 꽃을 피어냅니다. 또한 떨어지더라도 남루한 행색 하나 없이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는 지조와 절개를 덕목으로 생각한 양반들이 좋아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꽃임이 분명합니다. 또한 능소화에게는 작은 오해가 하나 있는데 꽃가루가 갈고리 모양으로 생겼기 때문에 눈과 같이 약한 피부의 점막에 닿으면 잘 떨어지지 않고 염증을 유발하며 특히 눈에 들어가면 결막염, 백내장 심지어 실명까지 한다는 소문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나 국립 수목원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능소화의 꽃가루 형태를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 하 고조 사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며 꽃가루에 독이 없으며 날려서 눈에 들어갈 가능성도 없고 만약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실명하지는 않는다는 전문가의 소견이 있습니다. 능소화의 꽃말은 여러 가지가 잇는데 명예, 기다림, 영광, 그리움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 능소화의 전설

     우리나라에는 능소화에 대한 슬픈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 '소화'라는 이름의 궁녀가 있었습니다. 임금과 제법 가까운 사이였는데, 임금의 총애를 받고 궁궐 한 곳에 처소까지 마련되었지만 어쩐 일인지 임금은 어느 순간부터 찾아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임금과의 하룻밤 사랑을 잊지 못해 매일 밤 자신의 처소 담장을 넘겨보며 왕을 오매불망 기다리다 결국 상사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기다림에 지친 궁녀 소화는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죽게 되었는데 그 후 그녀가 서성였던 담장 아래에서 싹이 올라오기 시작하였고, 그 싹이 점점 자라기 시작하여 담장을 타고 쑥쑥 잘 자라더니 급기야 용마루를 타고 궁궐 벽 가지 타고 올라 지붕에 다다르기까지 했습니다. 이윽고 그 꽃송이가 큼직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그 꽃이 너무나도 탐스럽고 아름다워 한동안 대소 신료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나무의 정체를 알게 된 관료들이 제각각 자기 집 담장에 능소화를 심어 여름 내내 정원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능소화는 양반들의 전유물이 되었으며 결국 양반꽃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되었습니다.